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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기홍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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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 27)는 오늘 복음의 말씀이 나의 마음에 와 닿으면서 “나와 주님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 듣는가? 주님과의 주파수를 다른 곳에 맞추워 놓고 왜 소리가 나지 않나? 하고 의아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주파수는 맞으나 실상 관심은 다른 곳에 있어, 들려 오는 주님의 소리가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어느 대학교수와 선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난인이라고 하는 선사가 어떤 교수에게 차를 대접하게 되었다. 선사는 교수의 찻잔에 차가 가득 찼는데도 계속 차를 붓는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있던 교수가 참을 수가 없어 “찻잔이 가득 차서 더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선사가 대답하기를 “이 찻잔처럼 당신도 현재 당신의 생각과 이론으로 가득차 있소. 당신이 먼저 당신의 생각을 비우지 않으면 내가 선을 가르쳐 드릴 수 없소”라고 했다고 한다.
남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나”라는 그릇을 비우고, 내 주위에 겹겹이 둘러 쌓아 놓은 관념의 울타리와 경계망을 제거해야 한다.
나를 허물고, 나를 비우는 이 작업은 선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뿐만 아니라,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 데도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내가 인간적인 나로 가득히 찻을 때 과연 누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 진리를 알기에 누구보다 귀하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즉 하느님이 내 안에서 활동하시여 나를 주관하시도록...... 나에게 밀려오는 사고들을 떠나보낸다.
또한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비우는 훈련을 기도 속에서 뿐만 아니라, 나의 생활 속에서도 하는지 반성해 본다. 육정이 빚어내는 음행, 시기, 분노, 이기심, 질투 등.....(갈라디아 5장19절-20절).
나는 아직 내 안에서 비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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