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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창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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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철십자’라는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신부였는데, 그 신부는 나치 독일의 한 장교를 만나서, 그들의 옳지 못한 학살과 탄압에 항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바로 이 자리에서 로마의 군인들은 기독교 신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소. 그러나 그 로마 제국은 망했고 그리스도교는 살아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지요.”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렇게 “죽으면 살리라.”는 역설적인 진리를 가르친다.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신 십자가는 생명없는 나무 토막에 불과했지만, 지금 그 십자가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가지를 뻗고,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 생명의 나무가 되었다. 아무리 힘이 세고 덩치가 크다 하더라도 죽은 고래는 강물에 떠내려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리 볼 품없고 나약하다 하더라도 생명을 지니고 있는 송사리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구원이 이 십자나무에 달려 있으며, 부활하신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믿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사순절은 영원한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시기이다. 풍성한 생명을 얻기 위해 ‘샘솟는 물과 밝은 빛’의 원천이신 예수님께로 나아가는 순례의 시간인 것이다. 한 겨울 추위 속에 죽은 듯 보이던 초목들은 따스한 봄볕을 받고, 녹아 흐르는 수분을 빨아 올려 새순을 싹 틔우고 꽃을 피운다. 예수님은 생명의 원천이시다. 그분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도록 갈증을 풀어주시는 ‘생명수’이시며, 어둠을 환희 밝혀 주시는 ‘세상의 빛’이시다.
예수님은 많은 기적들을 행하셨지만, 오늘 복음을 통해서 들은 것처럼, 죽은 지 나흘이나 된 라자로를 다시 살리신 기적만큼 예수님이 참으로 “부활이요 생명”의 원천이심을 극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도 없다. 죽은 라자로를 다시 살리신 기적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미리 보여주는, 주님의 파스카 신비의 예표일 뿐 아니라 주님을 믿는 모든 사람을 부활시키시리라는 증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은 인간의 것이 아니며, 하느님이 모든 생명의 주인이시다. 이 사실을 부인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 사람들은 무덤에 갇히고 만다. 살아서도 죽은 사람이 있다. 자신의 무덤 속에 갇혀서 죽음의 거친 꿈만을 꾸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나오너라.”하고 명령하신다.
참으로 죽어보지 못한 사람은 참으로 살 수 없다. 세상에 대해서나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맹세하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날의 맹세와 그 순간의 봉헌과 그 때의 감격이 날이 갈수록 잊혀지고 희미해져서 서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주님 외의 모든 것에서 “매일 죽어야” 한다. 지금껏 내 삶 안에서는 ‘죽음과 부활이라는 체험’이 언제 어떤 때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하느님은 당신이 약속하신 일을 반드시 이루고야 마는 분이시다. 그분은 인간의 눈으로 불가능한 일도 다 이루어 주신다(제 1독서). 그러므로 “성령을 모시고 사는 신앙인들은 하느님께서 죽을 몸까지도 살려 주시기 때문에 육체를 따라 살지 말고 영을 따라 살아야 한다.”(제 2독서).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고, 또한 그 부활의 영광을 나누어 받고자 하는 우리가, 세상과 현실이 바로 무덤이란 것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참된 부활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또 이 거룩한 시기를 놓쳐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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