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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오창열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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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라. 죽음에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리라.”(에페 5,14)
사순절의 긴 여정을 마치고 오늘 부활 대축일을 맞이했습니다. 사순절이 시작될 때만 해도 아직 겨울 추위가 가시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나무 가지에는 꽃망울이 움트고 매화꽃이 피어 만개했습니다. 이런 계절의 변화와 함께 사순절을 지내왔고, 생명이 움트는 봄에 부활을 맞이했습니다. 부활은 생명의 계절과 함께 다가왔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죽은 듯 보이던 흙에서 싹이 터 오르는 힘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나무껍질을 뚫고 움터 나오는 잎사귀도 막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의 부활은 죄악의 세력과 죽음을 물리치신 생명의 힘이요 사랑의 승리였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주님의 사랑은 고통과 죽음을 부활의 생명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두렵고 혐오스럽기만 하던 죽음의 형틀인 십자 나무가 주님의 부활로 온 세상에 가지를 뻗어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생명의 나무가 된 것입니다.
구약의 하느님 백성은 이집트 종살이를 겪고 숱한 고난 속에서 자라고 성장했습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도 로마의 식민 통치라는 절망적 상황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역시 동족과 이방인 모두에게 배척받아 비참하게 죽은 뒤에야 이루어진 사건입니다. 부활은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 피어나는 생명이어서 더욱 값집니다. 죽음이 전제되지 않은 부활은 없고, 십자가의 고통 없이는 기쁨과 영광을 맛볼 수 없는 이치입니다. 목이 타는 갈증을 느껴본 사람이 물의 소중함을 압니다. 굶주린 자만이 밥의 참 맛을 압니다. 억압당해 본 사람만이 자유의 소중함을 압니다. 병에 걸려 고통을 당해 본 사람만이 건강의 소중함을 압니다. 이렇듯 세상의 모든 일은 절망과 추락, 죽음을 겪고 나서야 그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가 봅니다.
예수님의 수난의 신비도 알아듣기 힘들지만, 부활의 신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일반 신자들에게 물었더니, 20% 정도만 육신의 부활을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을 때에도 사람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이 묻히셨던 무덤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누군가가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무덤에 달려가 눈으로 확인한 다음에서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부활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불신자들을 신앙으로 이끌었고, 불안과 걱정에 싸여 있던 제자들은 두려움을 버리고 목숨까지 내 걸어놓고 복음을 전하는 부활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원천이요 핵심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만일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신앙은 헛된 것이 되고 말았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신앙은 주님의 부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세상살이 가운데 고통과 죽음의 어두운 모습들을 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마침내 참된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찬 삶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살 수 있는 근거는 주님의 부활에 대한 믿음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묻히셨듯이 우리도 죽지만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마지막 날에 부활하리라는 믿음이 우리 신앙의 핵심 내용인 것입니다. 이런 믿음의 확신을 갖고 산다면, 지금 다소 어렵고 힘든 삶이어도 실망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고통과 시련이 있는 삶이라 하더라도 희망을 갖고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고 경축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기원하며, 부활의 기쁨과 영광이 여러분과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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