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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행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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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다녀 왔습니다. 9박 10일간의 제법 긴 휴가였습니다. 경비도 40만원이 들었고 함께 한 일행들도 40여명이나되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계룡산 자락에 있는 씨튼 영성의 집에서 있었던 집중피정에 다녀 왔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도로변 곳곳에 세워진 노랑, 빨강, 파랑 등 색색의 깃발들을 보고는 우리를 환영하는 깃발인줄 알고 내심 흐뭇해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마침 산신제를 지내는 시기인지라 그렇게 깃발을 세워 놓았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그분들의 정성에 계룡산 산신님도 흐뭇하셨는지 이번 피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좋았습니다. 이번 피정을 통해 나름대로 채워지고, 느끼고, 깨달은 것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물론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피정을 통해 그에 이르는 또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누룩이 밀가루 서 말을 부풀게 하듯이(마태 13,33) 제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믿고 저를 그분께 맡겨 드리기만 한다면 그분께서는 저를 완전히 새로운 사람(참자아)으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 믿음에 대해 생각할 때 부끄럽게도 저는 "하느님은 계신다"라는 다소 막연한 생각이나 아니면 어떤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힘 정도로만 생각해 왔습니다.그래서 "너희가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면 .... 이 산더러 '번쩍 들려서 바다에 빠져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마태 21,21)라는 말씀이나 "믿음으로 믿음으로 저 산도 옮기리...바다도 가르리 믿음으로" 라는 성가를 들을 때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믿음으로 씨튼 영성의 집 뒤에 있는 계룡산을 옮기거나 독도가 있는 동해를 가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우리들 중에서 누군가가 실제로 그런 일을 해보인다면 저는 기적이라며 하느님을 찬양하기보다 얼토당토 않은 일이라며 무시해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믿음으로 산도 옮길 수 있고 바다도 가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제는 그 산과 바다가 어떤 산과 바다냐 하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옮길 수 있고, 믿음으로 가를 수 있는 산과 바다는 바로 제 마음 속에 있는 산과 바다입니다. 변화되기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한 채 현실에 안주해 있는 저의 모습이 산이고, 다른 사람에 대해 바뀌지 않고 있는 고정관념이 산이며, 너와 나를 구분지우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것이 바다이고, 참자아와 그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가로막고 있는 저의 거짓자아가 깊고 깊은 바다입니다. 이제 저는 그 산을 옮길 수 있으며 그 바다를 가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요한 14,12) 제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서 그 일을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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