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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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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7
윤행도 가롤로 신부/ 월영본당 주임
현대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침묵일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침묵(입으로 말하지 않는 외적 침묵뿐만 아니라 생각조차 멈추어서는 내적 침묵까지)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1분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집에서나 거리에서나 찻집에서나 잠시의 시간만 나면 휴대폰을 꺼내 듭니다. 현대인들에게 침묵은 너무나도 낯선 외국어일 것입니다. 그f런데그리스도교 영성에서 침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첫 번째 언어가 침묵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멈추고 내가 하느님임을 알아라.”(시편 46,11)
하느님은 절대신비, 궁극신비이시기에 우리가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 수 있는, 하느님께 다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침묵 가운데 가만히 멈추어 서서 하느님께로 우리 자신을 열어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준비된 만큼 알아들을 수 있는 만큼 당신을 우리에게 알려주십니다. 그러므로 침묵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우리나라 개신교의 가장 큰 맹점은 침묵하지 않는 것입니다. 언젠가 향심기도 피정에 서울에서 목회하시는 중년의 목사님 세 분이 오셨는데 침묵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하셔서 침묵의 의미를 설명해 드렸더니 침묵에 그런 의미가 있었느냐며 깜짝 놀라시더군요.
향심기도를 하게 되면 침묵에 친숙해지고 침묵에 맛 들이게 되며 침묵의 효과를 일상생활로 가져오게 됩니다.
육신의 건강은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통해서 얻어지지만, 영적인 건강은 침묵 속에 가만히 머무름을 통해 주어집니다. 사람은 육과 영으로 구성된 존재이기에 육의 건강뿐만 아니라 영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육과 영이 건강의 균형을 이룰 때 온전히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향심기도를 시작한 지 이삼 년쯤 지나면 이 기도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기도를 시작한 지 삼 년쯤 되었을 때 ‘도대체 이 기도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사십여 년 동안 매일 같이 밥 세 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데 한 번도 이밥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아! 그렇구나. 때가 되면 밥을 먹듯이 그렇게 향심기도를 하면 되겠구나.’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십여 년을 매일 밥을 먹듯이 하루에 두 번이나 세 번 향심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향심기도를 시작한 지 십 년쯤 되었을 때 저 자신을 살펴봐도 별로 변화된 것이 없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즈음에 강원도 삼척에 있는 대금굴을 찾게 되었는데 동굴을 안내하시는 분의 설명을 듣고는 그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마산가톨릭교구 연중 제17주일(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2024년 7월 28일 제2628호에 실린 글을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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