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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윤행도 가를로 신부/월영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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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심기도란 어떤 기도인가요? (8)
윤행도 가를로 신부/월영본당 주임
동굴 천정에서 자라는 종유석은 100년에 1mm씩 자란다고 합니다. 1년에 겨우 0.01mm씩 자란다는 것인데 사람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을 만큼 조금씩 자라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나의 영적 성장도 저와 같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성장이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더디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라는 속도가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도 저의 성장 속도가 아니라 멈추지 않고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보실 것입니다. 그렇게 용기를 얻고 나니 일 년, 이 년, 십 년, 이십 년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매일 같이 향심기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향심기도의 열매(선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올해 초 월영본당에 부임해서 두 차례에 걸쳐 향심기도 소개 강의를 했는데 140명 정도 참석하셨고 매주 토요일 오전과 저녁 두 차례 하는 기도 모임에는 60명 정도 나오고 계십니다. 기도 모임에 나오시는 분 중 많은 분이 향심기도를 하게 되면 뭐가 달라지느냐고 물으십니다. 그동안의 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급하고 직선적인 성격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한 곳에 가만히 있지를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심부름을 하거나 어디를 가더라도 뛰어가야만 직성이 풀렸습니다. 그런 저에게 20분간의 향심기도 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기도를 시작하고 나서 제법 오랫동안 20분간의 시간이 마치 2시간처럼 느껴졌는데 한 번은 분명히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알람이 울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알람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거나 알람이 고장이 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살며시 눈을 떠서 알람을 보았더니 알람은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었고 겨우 8분이 지났을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한 번 기도를 시작하면 한 시간을 앉아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단체 연피정 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매일 저녁에 성체를 현시해 놓고 한 시간의 성체조배를 했었습니다. 제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 조배를 했었는데 피정을 마치고 피정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한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우연히 성체조배 시간 동안 뒤에서 제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조배하는 동안(약 50분간) 제가 미동도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졸거나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약간의 움직임이 있을 것인데 어떻게 미동도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아! 이제 내 몸이 내 마음을 알아듣기 시작했구나. 기도를 시작하니 몸도 숨 쉬는 것 외에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고요히 침묵 속에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것은 마치 야생마를 잡아 사람이 탈 수 있는 말로 길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의 몸,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은 침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움직이게 되어 있고 그것이 살아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도가 깊어지면 몸과 마음의 통교가 이루어져 몸이 마음을 알아듣게 됩니다. 그래서 기도를 시작하면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깊은 침묵 속에 잠기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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